100일 만에 나온 김범석 대표의 공개 사과
쿠팡 모회사인 쿠팡Inc의 회의 자리에서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직접 입을 열었다. 개인정보가 새어나간 문제로 고객들에게 걱정과 불편을 끼쳐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을 꺼냈다. 하지만 사과가 나오기까지는 무려 100일이라는 시간이 걸렸고, 그것도 미국 증권거래소에 실적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열린 투자자 회의에서였다.
투자자에게 말인가, 고객에게 말인가
김 의장은 회의에서 “고객은 우리가 존재할 있는 유일한 이유”라며 “고객의 믿음을 얻기 위해 매일 애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객의 기대에 미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으며, 나은 모습을 반드시 보여주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쿠팡 한국 지사의 임시 대표가 설명을 마친 뒤에는 “쿠팡은 정부 기관과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함께 일해나가겠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이는 쿠팡Inc 주주들이 “한국 정부가 쿠팡을 차별한다”며 미국 무역 당국에 조사를 요청하고 국제 분쟁 절차까지 거론한 상황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지난해 11월 19일 고객 4,536개 계정 정보가 노출됐다고 당국에 알린 100일이 지나서야 목소리로 사과한 것에 대해 “이제서야 사과하나”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김 의장은 쿠팡의 최고 결정권자임에도 문제가 터진 미온적인 대응으로 여론이 악화되자 지난해 12월 28일에야 사과문을 내놓았다. 글에서 정보 유출의 경과와 늦어진 사과에 대한 이유를 설명했지만, 직접 목소리로 사과한 적은 없었다.
더 문제는 사과의 대상
게다가 이번 사과는 쿠팡Inc 투자자들을 위한 회의 자리에서 나온 것이어서 실제 피해를 입은 한국 소비자들을 위한 사과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다. 업계 전문가는 “처음부터 피해를 한국 소비자들이 사과를 요구했는데도 사과문 하나만 올리고 말더니, 투자자들 앞에서는 직접 목소리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니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주가가 크게 떨어져 토막이 나자 주주들에게 사과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쿠팡의 태도에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로 쿠팡Inc 주가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급락하며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고객 최우선이라던 약속, 행동으로 보여줄까
김 의장은 회의에서 “고객에게 최우선으로 집중하면서도 개인정보 문제에 대응했고, 동시에 시스템을 강화해 회사의 장기적 성공 기반을 다지기 위해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런 말보다는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길 바라고 있다.
늦은 사과, 잘못된 대상, 식어버린 신뢰
결국 김범석 의장의 이번 사과는 시기도 늦었고, 대상도 잘못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쿠팡이 고객 신뢰를 회복하려면 말뿐인 사과가 아니라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을 직접 대면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보여줘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