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무역 전문가가 쿠팡 김범석 회장에게 직접적인 조언을 내놓았습니다. 과거 미국상공회의소에서 아시아 담당 부회장을 역임했던 태미 오버비는 현재 DGA그룹이라는 컨설팅 회사의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26일 워싱턴에서 열린 아시아정책연구소 세미나에서 오버비는 “김범석 의장이 국회 출석 요청을 거부한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그는 삼성의 이재용 회장이나 SK의 최태원 회장이 국민 감정을 건드리는 사안에서 보여준 대응 방식을 예로 들었습니다.
오버비는 쿠팡의 컨설팅을 담당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김 회장이 직접 한국에 와서 국회에서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단순한 사과에 그치지 않고, 회장이 자금을 지원해 한국과 미국의 최고 사이버 보안 전문가들이 모이는 포럼을 만들자는 구체적인 제안도 함께 내놓았습니다.
이런 조언이 나온 직후, 김범석 의장은 쿠팡의 작년 4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처음으로 목소리를 냈습니다. 한국 시간으로 27일 아침, 그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인해 고객들에게 끼친 불편함에 대해 직접 사과했습니다.
오버비는 한국 정부의 대응 방식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지적을 했습니다. 현재 쿠팡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조사가 11건인데, 실제로 개인정보 보안과 관련된 조사는 2건뿐이라는 것입니다.
나머지 9건의 조사는 노동 문제, 관세, 세금, 금융 감독 데이터 보안과는 전혀 상관없는 분야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런 조사들이 차별적이라고 판단하며 즉시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세미나에 참석한 다른 전문가들도 비슷한 우려를 표현했습니다. 아시아정책연구소의 나이절 코리 연구원은 한국의 디지털 규제가 도입된 이후 미국 기업들이 불공정한 대우를 받는다고 느끼는 사례가 늘어났다고 분석했습니다.
코리 연구원은 쿠팡 사태가 미국 기업들이 한국에서 겪는 디지털 규제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과 미국 사이의 마찰 요소가 증가하고 있으며, 미국 기업들은 오랫동안 제기해온 문제들을 해결할 기회가 왔다고 보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번 세미나는 워싱턴 싱크탱크에서 주최한 ‘한미 기술과 무역 관계의 변화 양상’이라는 주제로 열렸으며,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단순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한미 통상 관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 다뤄졌습니다.
결국 쿠팡과 한국 정부 모두에게 출구 전략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기업은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정부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규제 집행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