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개발원의 과학영재 진로 추적 조사
한국교육개발원이 과학영재학교를 졸업한 학생 613명의 진로를 분석한 결과, 흥미로운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정부는 영재학교 출신이 의대로 진학할 경우 교육비를 돌려받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학생들이 이공계로 입학한 의학 계열로 전공을 바꾸는 현상이 계속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여학생들의 진로 변경이 더욱 두드러져
전체적으로 보면 졸업생들은 공학 분야 54.7%, 자연과학 분야 25.1%, 의학 계열 16.2%, 인문사회 계열 4% 순으로 진로를 선택했습니다. 과학 인재 양성이라는 영재학교의 목표가 대체로 이루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여학생만 따로 살펴보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공학 선택 비율이 34.7%로 크게 낮아지고, 의학 계열 선택률은 29.6%로 전체 평균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습니다. 자연과학은 31.6%, 인문사회는 4.1%였습니다.
전공 변경 비율도 성별 차이 뚜렷
영재학교 졸업생 90.5%는 처음 선택한 전공을 그대로 유지했지만, 9.5%는 이상 전공을 바꿨습니다. 이때 남학생은 8%만 전공을 바꾼 반면, 여학생은 17.4%가 진로를 변경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의학 계열로 옮겨갔습니다.
교육개발원 연구진은 “이들이 처음부터 의대를 목표로 했다기보다, 대학에서 이공계의 힘든 현실을 경험하고 나서 진로를 바꾸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분석했습니다.
사회적 제약이 만든 선택
이미나 연구원은 “여학생들이 공학을 피하는 개인의 관심사 때문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한계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여성 인재들이 고민하는 핵심은 교육 환경 자체가 아니라 여성으로서의 삶과 연결되어 있으며, 특히 경력이 끊기는 것과 재취업의 어려움에 대한 두려움이 이공계 진출을 주저하게 만든다는 설명입니다.
대학 진학 이후 의학 계열로 방향을 바꾸는 여학생이 많은 이유도, 애초에 이공계에 여성이 선택할 만한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분석됩니다.
현실적인 롤모델 제시가 필요
이에 따라 교육개발원은 “영재학교 출신 학생들에게 실제로 활동 중인 여성 연구자나 엔지니어 같은 구체적인 롤모델을 보여주고, 이공계 진로에 대한 현실적이고 희망적인 미래상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과학 인재들을 이공계에 계속 머물게 하려면, 단순히 제재를 가하는 것보다 이공계에서 여성도 안정적으로 경력을 쌓을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