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이미지 세탁 작업의 전말
미국의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이 필리핀에 있는 외주 업체를 고용하여 자신의 온라인 이미지를 깨끗하게 만들려 했던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그는 자신을 자선가로 포장한 가짜 웹사이트들을 대량으로 만들어 긍정적인 여론을 조성했습니다.
필리핀 국회에서는 “우리나라가 여론 조작의 중심지가 되어서는 절대 된다”며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검색 결과 조작 방식
미국 법무부가 공개한 2만 페이지 분량의 엡스타인 파일에는 그가 측근 세켈과 주고받은 이메일이 담겨 있습니다. 세켈은 엡스타인의 공범이자 연인인 기슬레인 맥스웰의 형부입니다.
엡스타인은 2008년 미성년자 성매매 알선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그의 이름을 구글에 검색하면 ‘교도소’, ‘아동학대자’ 같은 단어들이 함께 나타났습니다.
이들은 필리핀 팀을 동원해 엡스타인 재단의 활동, 자선 사업, 과학자 지원 등과 관련된 가짜 웹페이지를 대량으로 제작했습니다. 페이지들이 구글 검색 결과 상위에 나타나도록 조작한 것입니다.
세켈은 2010년 10월 엡스타인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필리핀 작업팀이 우리 사이트로 연결되는 링크들을 계속 만들고 있습니다”라고 보고했습니다. 그는 “구글 검색을 하면 기존의 부정적인 사이트들은 뒤로 밀려나고 우리가 만든 사이트가 상위에 나타납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구글의 검색 알고리즘을 악용한 것입니다. 다른 사이트에서 많이 인용되고 링크될수록 중요한 페이지로 판단되어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되는 원리를 이용한 것입니다.
부정적 키워드 삭제 성공
세켈은 2012년 12월 엡스타인에게 보낸 다른 이메일에서 “‘엡스타인 감옥’, ‘엡스타인 아동학대자’ 같은 검색어 결과를 정리하는 성공했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는 “부정적인 용어들을 제거하는 달이 걸렸다”며 “당신의 위키백과 페이지는 상당히 깨끗해졌고, 불명예스러운 내용은 삭제되거나 뒤쪽으로 밀려났습니다. 대성공입니다”라고 자랑했습니다.
필리핀이 선택된 이유
엡스타인이 이미지 세탁에 나선 이유는 상류층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는 2008년 성범죄 유죄 판결 이후에도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게이츠 등과 계속 교류했습니다.
싱가포르 언론은 “필리핀은 온라인 평판 관리의 세계적인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며 “저렴한 비용과 영어에 능통한 디지털 전문 인력 때문에 선택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필리핀 정치권의 대응
필리핀 정치권도 진상 규명에 나섰습니다. 로렌 레가르다 상원의원은 “필리핀이 여론을 조작하려는 디지털 은폐 작전의 거점으로 악용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녀는 “우리는 필리핀이 아동 착취 범죄를 숨기거나 학대를 돕는 발판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막을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필리핀 하원도 여성 성평등 위원회가 이번 의혹을 철저히 조사하도록 지시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필리핀 정부는 자국이 범죄자들의 이미지 세탁 도구로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강력한 대응에 나설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