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살 투수 노경은, 야구 인생의 은인을 만나다
“박수칠 떠나라는 말이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3월 21일 인천 SSG 야구장에서 만난 노경은 선수는 확고했다. 이달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멋진 활약을 펼쳐 영웅 대접을 받았지만, 정작 본인은 담담한 모습이었다. 대통령까지 칭찬했지만 “지난 영광은 이미 잊었다”며 “앞으로 잘해야 야구를 오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수 치는 사람이 없어질 때까지, 야구가 지겹도록 때까지 하는 목표”라며 “저는 아직 야구가 너무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절벽 끝에서 만난 명의 인생 스승
베테랑 중의 베테랑인 노경은의 야구 열정은 그의 험난했던 선수 생활에서 시작됐다. 2003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당시 신인 최고액인 3억 5천만 원을 받으며 두산에 들어갔지만, 처음 5년은 부상과 부진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2010년까지 시즌에 50이닝 이상 던진 적이 없었고, 최다승도 첫해 기록한 3승이 전부였다. 본인도 “정말 방황이 깊었던 때”라고 회상했다.
길이 보이지 않던 시절, 명의 특별한 은인이 나타났다. 김진욱 감독, 정명원 코치, 조계현 코치가 바로 그들이다.
노경은은 “가장 힘들 제가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신 분들”이라며 “야구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고 마음 깊이 고마운 분들”이라고 말했다.
김진욱 감독 마음의 스승
번째 은인은 김진욱 감독이다. 2011년 2군 시절 투수코치로 만났다. 노경은은 “야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길을 잃었던 시기”라며 “감독님과 매일 야구와 인생 얘기를 나눴다. 힘든 시절이었지만 시간만큼은 정말 행복했다”고 돌아봤다.
“감독님이 본인의 어려웠던 시절까지 털어놓으며 고민에 깊이 공감해 주셨어요. 제가 흔들릴 때마다 함께 해결책을 찾으려 하셨죠. 덕분에 다시 일어날 있었습니다.”
믿음은 2012년 전성기로 이어졌다. 감독이 1군 감독이 되면서 노경은에게 기회를 줬고, 노경은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데뷔 10년 만에 완봉승을 거두며 시즌 12승을 올렸다. 33이닝 연속 무실점이라는 대기록도 이때 세웠다.
정명원 코치 기술의 스승
번째 은인은 정명원 코치다. 코치는 “네 공은 특별하다”며 끊임없이 자신감을 심어줬고, 포크볼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가르쳐줬다.
노경은은 “그때 포크볼을 배운 덕분에 여러 구종으로 경쟁력을 갖출 있었다”고 회상했다.
조계현 위원장 13년 만의 태극마크
번째 은인은 조계현 코치다. 현재 한국야구위원회 전력강화위원장인 그는 노경은을 깊이 신뢰하며 이번 대표팀에 추천했다. 2012년에는 “마운드에서 순해 보이면 된다”며 수염을 기르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최근 3년 연속 30홀드 이상을 기록하고 2년 연속 홀드왕에 올랐지만, 40대 나이를 생각하면 대표팀 합류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실제로 이번 대회에 참가한 20개국 투수 최고령이었다.
노경은은 “추천해 주셔서 감사했지만, 베테랑으로서 역할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고 솔직히 말했다.
호주전에서 보여준 진가
부담을 날려버린 무대가 바로 호주전이었다. “마운드에 서면 무조건 던져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는 그는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미리 몸을 풀었다.
예상치 못하게 선발 손주영 선수가 1이닝 만에 부상으로 내려가자, 노경은은 “제가 올라가겠습니다”라고 자청했다. 이후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대표팀의 17년 만의 8강 진출에 핵심 역할을 했다.
“정말 막히는 상황이었어요. 그래도 제가 대표팀에 뽑혔는지 스스로 증명할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저를 믿어준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미루기는 없다 철저한 자기관리
42살 노경은이 20~30대 후배들과 견줘도 경쟁력을 유지하는 비결은 철저한 자기관리다. 훈련 루틴을 하루도 빼먹지 않고, 작은 상태 변화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팔 컨디션이 좋아야 경기가 풀립니다. 팔이 조금만 무거워도 바로 풀어줍니다. 미루기는 야구에 없어요.”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돌아온 당일,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바로 훈련에 나선 것도 때문이다. 이런 꾸준함이 2022년 SSG의 우승을 이끌었고, 본인의 제2의 전성기를 만들었다.
나이가 아닌 실력으로
그렇다면 노경은에게 나이란 어떤 의미일까?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이제는 나이가 아닌 실력으로 평가받는 시대입니다. 성적으로 계속 증명할 겁니다. 있는 데까지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싶어요.”
“꾸준히, 오래 버텨서 구단의 명물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