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 작은 섬나라의 축구 역사를 바꾼 지도자가 떠난다

78세의 아드보카트 감독이 가족을 위해 퀴라소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기로 했다. 인구가 겨우 15만 명에 불과한 작은 나라를 세계 축구 무대에 처음으로 올려놓은 주인공이 2026 북중미 월드컵 개막을 불과 100여 앞두고 갑작스럽게 사퇴를 발표한 것이다.

퀴라소 축구협회가 지난 24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아드보카트 감독은 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 딸을 돌보기 위해 이번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그는 직접 “언제나 축구보다 가족이 먼저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이는 당연한 선택이었다”며 월드컵 역사상 가장 적은 인구를 가진 나라를 본선에 진출시킨 것은 축구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경험 하나였다고 심경을 밝혔다.

놀라운 무패 행진으로 만들어낸 기적

2024년 1월 퀴라소 대표팀을 맡은 아드보카트 감독은 북중미 지역 예선에서 10경기 무패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7승 3무라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팀을 이끌며 예선 돌파의 주역이 되었다.

2차 예선에서는 C조에 속해 아이티, 세인트루시아, 아루바, 바베이도스를 차례로 꺾으며 4전 전승으로 1위에 올라 최종 예선 진출권을 따냈다. 최종 예선 B조에서도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자메이카, 트리니다드 토바고, 버뮤다와 맞붙어 3승 3무를 기록하며 다시 한번 1위로 마무리했고, 마침내 퀴라소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오르는 쾌거를 달성했다.

이로써 퀴라소는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나라 인구가 가장 적은 국가라는 새로운 기록을 만들어냈다. 종전 기록 보유국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 나갔던 아이슬란드로, 당시 인구는 35만 명이었다. 퀴라소는 절반에도 미치는 인구로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경험 많은 베테랑 지도자가 바통을 이어받다

아드보카트 감독의 뒤를 이어 퀴라소 대표팀을 맡게 사람은 네덜란드 출신의 프레드 뤼턴 감독이다. 그는 네덜란드 명문 클럽인 페예노르트와 FC 트벤터, 벨기에의 안데를레흐트 여러 팀을 거친 경험 많은 베테랑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월드컵 본선이라는 무대를 앞두고 안정적인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에서 적임자가 선임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 축구와도 깊은 인연

아드보카트 감독은 한국 축구 팬들에게도 친숙한 인물이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 한국 대표팀을 이끌었던 그는, 현재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는 홍명보 감독과 함께 일한 적이 있다. 당시 홍명보 감독은 코치로서 아드보카트 감독을 보좌하며 지도자로서의 경험을 쌓았다. 2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 사람은 각자 다른 나라에서 대표팀 감독으로 활약하고 있다는 점에서 축구계의 흥미로운 인연을 보여준다.

가족을 위한 선택으로 떠나는 아드보카트 감독. 그가 만들어낸 퀴라소의 기적은 작은 나라도 꿈을 이룰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