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수선집이 거대 명품 브랜드를 이긴 이야기
서울 강남의 가방 수선 업체 대표와 법률 전문가, 그리고 대학 교수의 인터뷰를 통해 밝혀진 뒷이야기를 소개한다.
시작은 통의 경고장
2022년, 유명 명품 회사가 대형 법무법인을 통해 강남의 수선 업체에 경고 문서를 보냈다. “우리 제품 수선을 중단하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수선업체 사장은 고개를 저었다. “부모가 자녀 옷을 고쳐 입히는 잘못인가? 명품은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명품 회사는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4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달 최고 법원이 최종 판단을 내렸다. 수선 비용만 6천만 원이 들었지만, 결과는 수선업체의 승리였다. 법원은 “개인이 사용할 목적이라면 상표권 침해가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작은 가게 vs 거대 기업
명품 회사가 속한 그룹은 세계에서 가장 명품 기업 연합체다. 프랑스에서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하는 거대 조직이다.
수선업체 사장은 말한다. “한 고객이 낡은 가방을 들고 왔는데, 고치기 어려워 보여 새로 구매하라고 권했죠. 그런데 가방은 먼저 세상을 떠난 딸이 선물한 물건이었습니다. 어떻게 버릴 있겠습니까?”
그는 수선이 단순한 작업이 아니라, 누군가의 소중한 기억과 감정을 이어주는 일임을 알고 있었다.
2017년과 2018년 즈음, 재활용과 새활용이 유행하면서 전국의 많은 수선 업체들이 리폼 사업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2022년, 명품 회사가 대형 법무법인을 통해 소상공인들에게 일괄적으로 경고 문서를 발송했다.
“우리 제품 리폼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 문서에 서명하시오.”
이 사장은 소비자들이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기에 거부했다. 함께할 동료들을 찾아봤지만, 대부분 이미 서명한 상태였다. “이해합니다. 솔직히 어떻게 버티겠습니까.”
결국 그만 유일하게 서명을 거부했다. 물론 그때는 시간과 비용이 드는 싸움이 몰랐다.
첫 패배 찾아온 도움
재판에서 패배했다. 실망스러웠지만 예상치 못한 도움이 왔다. 대학 교수가 온라인에 “무릎이 찢어진 바지를 잘라 반바지로 만들어 입으면 원래 바지 회사에 사용료를 내야 하나?”라며 판결을 비판한 것이다. 사장은 즉시 연락했다.
교수는 명품 회사가 소비자들을 무시한다고 생각해 힘을 보태기로 했고, 법률 사무소 소속 변호사들에게 사건을 맡겼다. 승리를 장담하긴 어려웠다. 변호사는 “내용이 불합리해서 맡게 됐지만, 선례가 없고 여론 지지도 부족해 처음엔 걱정스러웠다”고 했다.
2심 재판은 특허법원장이 직접 맡았다. 재판은 활발하게 진행됐고, 번에 1시간 이상씩 열렸다. 법률팀과 사장, 교수 모두 법정 안팎에서 최선을 다했다.
변호사는 명품 회사 로고가 붙은 촌스러운 쇼핑백 사진을 종이에 출력해 회사의 주장이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사장도 일을 하면서 매일 관련 자료를 모아 법정에 갔고, 교수는 미국 상표권 전문가들에게 일일이 메일을 보내 의견을 받았다.
하지만 2024년 10월, 2심에서도 패배했다. “최고 법원에서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이 이어졌다. 포기하려던 사장을 설득한 변호사였다. “이건 공익을 위한 소송입니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긴 설득 끝에 사장은 상고를 결정했다. 물론 “화가 나서 상고한 것도 있다”며 웃었다.
막내 직원의 우연한 발견
지난달 26일, 최고 법원이 이전 판결을 뒤집었다. ‘개인 사용 목적’의 수선은 상표권 침해가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4년간의 싸움에서 최고 법원이 수선업체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명품 회사는 법정에서 계속 “고객의 개인 사용 목적과 수선업체의 행위는 별개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객의 순수한 목적과 달리, 수선업체는 돈을 벌기 위한 것이므로 상표권 침해라는 논리였다.
하지만 최고 법원은 “시장에서 유통되는 일련의 과정이 아니라, 개인적 용도로만 사용하는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명품 회사 주장을 기각했다. 수선업체 사장의 행위를 고객들의 ‘개인 사용 목적’을 위한 수선의 일부로 것이다.
중요한 역할을 수선업체의 막내 직원이었다. 막내 직원이 우연히 유럽에 고급 시계 개조와 관련한 상표권 판례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후 법률팀이 판결문을 분석해 제시했다.
독일과 스위스 법원은 “수리업체가 고객의 고급 시계를 개조한 사안은 상표권 침해가 아니다”는 판단을 내렸었다. 독일 최고법원은 “브랜드 제품을 착용한다고 해서 사람이 상표권자의 의도에 종속되는 것은 아니다”고 했고, 스위스 최고법원은 “상표는 독점적 영업 이용권을 부여할 뿐, 사적 사용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추억을 잇는 일의 의미
승소 사장은 “구덩이에 빠져 있다가 하늘에서 누가 끌어올려 기분”이라고 했다. 조용히 응원한 가족과 직원들을 생각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번 판결로 수많은 수선업체의 생계가 지켜졌다. “같은 업계 분들도 이제 마음 편하게 일할 있게 점이 4년간의 보람”이라고 말했다. 자원 재활용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재판 과정에서 다양한 시민단체들이 탄원서를 제출한 이유다.
4년간의 재판을 돌아보며 사장은 최고 법원이 ‘추억과 사랑을 잇는 일’이라는 수선의 의미를 가장 이해했다고 했다.
“부모님 유품이라 버릴 없었다.”
“12년 딸에게 받은 선물.”
“1998년 프랑스 여행에서 아내에게 선물한 가방.”
명품 회사에 맞서 고객들이 직접 그에게 적어준 문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