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 전문기관의 충격적인 부정행위가 드러났습니다. 국내 주요 신용평가회사인 한국평가데이터가 2,500건이 넘는 허위 평가서를 작성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금융당국과 경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해당 기관은 지식산업센터 분양을 희망하는 기업들이 은행 융자를 받기 쉽도록 기술력이 없는 회사를 IT기업처럼 꾸며 거짓 평가서를 만든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조작 규모와 방식
금융감독원이 확보한 자료를 보면, 2021년 초부터 2023년 말까지 3년간 2,571개 업체에 대해 근거 없는 기술등급을 발급했습니다. 회사 대표 이력, 임원진 구성, 판매 실적, 보유 장비, 핵심 기술력, 개발 성과 주요 평가 항목을 빈칸으로 남겨두거나 허위로 채워 넣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작년 10월부터 달간 조사를 실시한 뒤, 올해 1월 신용정보 관련 법규 위반 사실을 해당 기관에 통보했습니다.
• 준공공기관의 민낯
한국평가데이터는 2005년 국가기관과 주요 은행들이 함께 자본을 투자해 만든 기업 신용조사 전문회사입니다. 형식상으로는 민간회사지만 사실상 준공공기관의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산업은행,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등이 주요 주주이며, 대표와 임원 다수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출신 고위 관료들로 채워져 왔습니다. 현재 대표 역시 기획재정부 차관보 출신입니다.
• 기술신용대출 제도의 핵심
해당 기관은 2014년 기술 중심 융자제도 도입 이후 기술금융 활성화를 주도해왔습니다. 제도는 재무상태가 약해도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에게 금융 혜택을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현재 시장 규모가 300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기업이 은행에 융자를 신청하면, 은행은 평가기관에 심사를 의뢰합니다. 평가기관은 기업의 기술력, 사업성, 시장성 등을 검토해 AAA부터 D까지 등급을 매깁니다. 등급에 따라 융자 승인과 한도가 결정됩니다.
특히 지식산업센터 분양 융자는 기술등급이 매우 중요합니다. ‘B’ 등급 이상을 받으면 융자와 이자율 산정에서 상당히 유리해집니다. 금융감독원은 한국평가데이터가 자격이 없는 비기술 업체들의 은행 융자를 가능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거짓 평가서를 발급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 조직적 지시 정황
금융감독원 조사에서는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등급을 조작한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실무 담당 직원은 답변서에서 “영업부서가 요구하는 등급을 최대한 맞춰주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은행으로부터 평가 의뢰를 많이 받아야 수수료 수입이 늘어나기 때문에, 영업부서가 기업에 유리한 등급을 맞춰주도록 압박했다는 것입니다.
내부 비공개 문서를 통해 회사 측이 비기술 업체를 기술 업체로 바꾸도록 지시한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기업이 직접 작성해야 서류를 영업부서가 대신 작성해 전달했으며, 직원이 최소한의 정보 확인을 위해 업체나 은행에 연락하려 하자 “연락하지 말라”는 내부 이메일까지 보냈습니다.
실무 담당자는 “기술금융 기준에 맞지 않는 업종을 맞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조작이 이뤄졌다”며 “영업 확대를 위해 조직 차원에서 무리한 평가가 진행됐다”고 밝혔습니다.
• 후속 조치
금융감독원은 이번 사건이 기술신용평가 제도의 신뢰를 무너뜨릴 있는 중대한 법규 위반이라 보고 제재 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도 고소와 공익신고를 통해 사건을 인지하고, 작년 말부터 한국평가데이터 관계자들을 신용정보 관련 법규 위반 혐의로 조사하고 있습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전현직 임직원들의 형사 책임이 가려질 것이며, 신용평가기관 전반으로 조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