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러시아 석유 수입 차단 법안 일정 미뤄
“법안 폐기 아닌 일시적 보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다음 15일로 예정됐던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 법안 제출을 뒤로 미루기로 결정했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국제 석유 가격이 치솟고, 에너지 공급이 불안정해진 상황을 고려한 조치다.
이 법안에는 2027년까지 러시아에서 들어오는 석유를 완전히 차단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유럽연합 집행위 대변인 안나카이사 이트코넨은 “법안을 취소한 것은 아니며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새로운 제출 날짜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석유 의존도 대폭 감소했지만
유럽연합은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제재를 통해 러시아산 석유 의존도를 크게 줄여왔다. 작년 4분기 기준 유럽연합이 수입하는 석유 러시아산 비율은 1%에 불과할 정도로 감소했다.
그러나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내륙 국가라는 특성상 다른 석유 공급처를 찾기 어렵다는 이유로 예외적으로 러시아산 석유를 계속 수입해왔다. 나라 모두 러시아 친화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풀리더라도 수입 금지를 유지하기 위해 법안을 준비했다. 법안 제출 예정일이었던 4월 15일은 헝가리 총선 3일 뒤로, 친러 성향의 오르반 빅토르 총리의 20년 장기 집권 여부가 결정되는 중요한 시점이었다.
석유 가격 급등에 유럽 각국 긴급 대책 마련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국제 석유 가격이 급등하자, 유럽 각국 정부는 자체 대응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슬로베니아는 유럽연합 회원국 가장 먼저 연료 배급제를 시행했다. 개인 차량은 하루 최대 50리터, 기업과 농업 종사자는 200리터까지만 주유할 있도록 제한했다.
스페인은 50억 유로의 예산을 투입해 휘발유, 경유, 전기 에너지 전반의 부가세를 21%에서 10%로 낮춰 국민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오스트리아는 주유소가 일주일에 번만 가격을 올릴 있도록 제한했고, 헝가리는 가격 상한제를 도입했다.
2주 만에 휘발유 가격이 18% 가까이 치솟은 독일은 주유소가 하루 번만 가격을 인상하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이탈리아는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늘어난 부가세 수입을 소비자를 위해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