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은 내란 주도 혐의를 받는 전직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판결문에 등장한 문장이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현재 65세로, 비교적 나이가 많은 편입니다.”
재판부가 형을 줄여줄 있는 이유로 ‘나이’를 언급한 것입니다. 첫 범행이라는 점, 계획한 일들이 대부분 실패했다는 점과 함께 말이죠.
하지만 과연 65세를 ‘고령’이라고 있을까요?
야당 대표는 “만약 55세였다면 사형을 선고했다는 뜻이냐”며 황당해했고, 법무부 장관도 “이런 이유로 형을 줄이는 국민 감정에 맞는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과거 판결들은 어땠을까?
최근 10년간 법원이 공개한 판결문 29건을 살펴봤습니다. ‘고령’이라는 단어와 ‘유리한 사정’이 함께 나온 사건들이었죠.
놀랍게도 60대를 나이가 많다며 형을 줄여준 경우는 건도 없었습니다.
법원이 ‘나이가 많다’고 인정한 평균 연령은 74.2세였습니다. 대부분 70대에서 80대 사이였죠. 60대를 고령으로 마지막 사례는 무려 17년 전인 2009년이었습니다.
더구나 나이를 고려해 형을 줄여준 사건의 91%는 사기 같은 비교적 가벼운 범죄였습니다. 역사상 유례없는 중대 범죄에 나이를 이유로 감형한 매우 이례적입니다.
양형 기준의 최근 변화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는 2023년부터 중요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형을 정할 고려하는 요소에서 ‘고령’이라는 표현을 모두 삭제한 것입니다.
한 양형위원은 “어떤 범죄에서도 나이를 일괄적인 감형 이유로 보지 말라는 메시지”라고 설명했습니다. “고령을 감형 사유로 두는 이상 설득력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재판부가 사형 대신 무기징역을 선고하기 위해 억지로 고령이라는 명분을 끌어다 아니냐”는 비판도 나옵니다. 한 변호사는 “범죄가 노화로 인한 신체 기능 저하와 관련이 있다면 모를까, 이번 사건에서 나이와 범죄의 연관성을 찾기 힘들다”고 지적했습니다.
특별검사팀도 문제 제기
전직 대통령을 기소한 특별검사팀은 항소하면서 부분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형사재판에서 나이는 유기징역을 선고할 때, 피고인이 앞으로 기간과 비교해 실질적인 형기를 정하기 위해 고려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범행 당시 나이가 많았다는 사실만으로는 유리한 요소로 보지 않습니다.”
특검팀은 “사형이나 무기징역에서 고려할 이유가 없는 나이를 감형 사유로 명백한 잘못”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기준을 만들어야 할까?
나이를 형량 결정에 활용하면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몇 살부터 나이가 많은 건지’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죠. 판사들 사이에서 암묵적으로 통용되는 기준도 없습니다.
그래서 법으로 정해두자는 의견이 나옵니다. 한 명예교수는 “판사의 재량이 클수록 남용 가능성도 커진다”며 “들쭉날쭉한 판결을 막으려면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2023년 보고서에서 “법원의 형량 결정 권한이 법률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도록, 감형 사유와 정도, 방법 등을 법에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법제화도 쉽지 않습니다
특정 나이를 기준으로 정하거나, 나이를 감형 요건으로 고려하는 조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면 오히려 개인별 건강 상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있습니다. 예측 가능성을 높이려다 합리적 판결에서 멀어질 있다는 뜻입니다.
한 교수는 “양형조사관이 피고인의 개별 사정을 살피는 판사 재량 남용을 막을 장치가 이미 있고, 대부분의 판사들은 ‘나이 많음=감형’이라는 단순한 공식으로 판단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감형 요건을 법률로 정하려는 법안이 여러 차례 국회에 올라왔지만 번번이 무산됐습니다. 이번 판결을 강하게 비판한 야당에서도 현재 관련 입법 움직임은 없는 상태입니다.
현실적 대안은?
결국 논란을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재판부가 형량 결정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는 것입니다. 한 교수는 “판사들이 형량 이유를 짧게 쓰는 경향이 있는데,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키지 않으려면 당사자들과 국민이 납득할 있도록 제대로 설명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판결이 특정 사건을 넘어, 고령 사회에 접어든 한국의 사법 체계가 나이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고민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노인을 ‘힘없는 존재’로 보던 생각이 법적 판단에 아직 남아있는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한 변호사는 “고령화로 나이 범죄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만큼, 사법부가 나이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는 바람직할지 세심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