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선거 약속했던 ‘소비세 인하’를 논의하기 위한 여야 협의체를 야당의 강한 반대 속에서도 강제로 출범시켰습니다.
지난 26일, 다카이치 총리는 ‘사회보장 국민회의’라는 이름의 회의를 직접 이끌었습니다. 원래 회의는 이전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여야 구분 없이 사회보장 제도 개선 방안을 넓게 토론하자며 제안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다카이치 총리는 여기에 자신의 공약인 일정 기간 소비세를 낮추는 방안까지 함께 다루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회의에서는 물가 변화나 전염병 확산 상황에 맞춰 소비세율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방법도 논의 주제로 제시했습니다.
야당들의 잇따른 불참, ‘초당적’ 명분 흔들려
하지만 정작 제1야당인 중도개혁연합과 제2야당 국민민주당은 모두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집권 자민당과 연립 여당인 일본유신회, 그리고 지난 2월 선거에서 처음 의석을 얻은 제4야당 팀미라이만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팀미라이는 소비세 인하를 반대하는 정당입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팀미라이 덕분에 겉모습은 여야 협의체 형식을 갖췄지만, 참여 야당이 하나에 그친 것은 예상 밖”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술자리 부르는 아니다” 야당 강하게 반발
제1, 2야당이 참여를 거부한 이유는 회의의 성격 변질 때문입니다. 야당은 처음에 지속 가능한 사회보장 제도를 논의한다는 취지에 동의하며 참여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다카이치 총리가 당분간 소비세 인하와 급부형 세액공제를 중심으로 논의하겠다고 방향을 정하자 태도를 바꿨습니다. 급부형 세액공제란 저소득층의 세금과 보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세금 감면과 현금 지원을 함께 제공하는 제도입니다.
마이니치신문은 “하원에서 압도적 의석을 차지한 다카이치 총리가 이미 결론을 정해놓은 듯한 모습을 보이자 야당 내부에서 의심이 커졌다”고 전했습니다. 국민민주당 후루카와 모토히사 대표 대행은 “술자리에 초대하는 아니지 않느냐”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회의 빨리 열어라” 총리의 조급함
다카이치 총리가 야당의 반발에도 협의체 출범을 서두른 것은 성과에 대한 조급함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그는 이달 9일 소비세 감면 정책에 대해 올해 6월까지 중간 결과를 내겠다고 공언한 있습니다.
여야 협의체에서 논의하겠다고 했으면 야당과의 사전 조율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를 건너뛰고 일정부터 먼저 발표한 것입니다. 국민회의 준비에 참여한 자민당 의원은 아사히신문에 “총리로부터 회의를 빨리 열라는 재촉을 여러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총리 관저 고위 관계자도 “5월쯤에는 틀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9월 자민당 총재 연임 의식한 행보?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자민당 총재 연임을 의식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일본에서는 통상 하원 제1당 대표가 총리가 되는데, 다카이치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는 올해 9월에 끝납니다.
요미우리신문은 “재선을 위한 가시적 성과를 만들어내려고 서두르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결국 야당의 협조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진정한 의미의 여야 협의체 운영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