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거품 붕괴를 주장하는 전문가의 견해
최윤식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 소장과 이주완 산업 분석가(전 SK하이닉스 책임연구원)를 통해 근거를 살펴봤다.
시스코의 교훈: 인터넷 시대의 경고
2000년대 초반, 세계 최고 통신장비 제조사였던 시스코는 정보기술 경기 붕괴로 타격을 받았다. 1984년 대학 캠퍼스 통신장비 회사로 출발한 시스코는 1990년대 인터넷 급성장과 함께 필수 장비 공급업체로 떠올랐다. 모든 인터넷 데이터는 시스코의 라우터와 스위치를 거쳐야 했다. 인터넷 황금기에 곡괭이와 삽을 파는 회사였던 셈이다.
어떤 닷컴 기업이 성공하든 네트워크 장비는 필수였고, 시스코는 반드시 돈을 것이라 믿었다. 매출은 매년 50% 이상 급증했고, 주가는 1998년 3월 11달러에서 2000년 3월 82달러로 급등했다.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치고 세계 시가총액 1위(약 720조 원)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장비가 팔리지 않고 매출이 급감하며 재고가 쌓였다. 문제는 시스코 자체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 붕괴였다. 야후, 라이코스 막대한 투자를 받은 인터넷 기업 대부분이 적자였고 수익 모델이 약했다. 투자자들이 등을 돌리자 고객사들이 무너졌고, 인프라 제공업체인 시스코 매출도 급감했다.
엔비디아와 시스코의 평행이론
지난 16일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에서 열린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 회의 ‘GTC 2026’에서 젠슨 대표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바탕으로 내년까지 AI칩 매출이 최소 1조 달러(약 1,500조 원)에 이를 것이라 전망했다. 학습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외에도 추론 작업 특화 AI칩(LPU)을 새롭게 공개했다.
엔비디아는 AI 시대의 곡괭이와 삽이라 있는 GPU를 독점하다시피 한다. 어떤 AI 서비스가 성공하든 GPU는 필수이고, 엔비디아는 돈을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닷컴 버블처럼 AI 거품이 꺼진다면?
대부분은 “AI는 닷컴과 다르다” “엔비디아는 시스코와 다르다”고 말한다.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대화형 AI가 널리 쓰이며 휴머노이드가 생활에 침투한 상황에서 무슨 걱정이냐는 반응이다. 하지만 외부 충격이 있을 때마다 AI 거품론이 등장한다. 닷컴 버블 때도 그게 현실이 거라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투자와 수익의 불균형, 그것이 거품이다
– AI가 이렇게 빠르게 생활에 들어오는데 거품이 무슨 말인가?
최윤식: “AI 기술 자체가 거품이란 아니다. 투자 측면에서 높은 관심 때문에 자본이 정상 수준을 넘어 과잉 투자되는 지금의 거품이다. 기술이 나올 거품은 크기의 문제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주완: “메타버스는 몰라도 닷컴 자체가 거품은 아니었다. AI도 마찬가지다. 아직 수익은 미약한데 과도한 기대로 막대한 투자금이 몰렸다. 투자와 수익의 시간 차이, 이게 거품이다.“
최윤식: “닷컴 버블이 터져도 인터넷은 계속 발전했다. 80~90%의 회사가 사라졌지만 일부 살아남은 기업과 버블 붕괴 들어온 회사가 이어갔다. 당시에도 기술적 거품이 아니라 투자적 거품이 있었던 것이다.”
– 거품이 있다면 반드시 붕괴되나?
최윤식: “지금 AI 기업들 주가수익비율(PER)이 100, 200에 달하는 곳이 적지 않다. 기업 수익 대비 주가가 얼마나 비싼지 보여주는 지표인데, 보통 30 이상이면 고평가로 본다. 이것만 봐도 거품이 있다. 붕괴되지 않으려면 주가에 맞게 수익을 때까지 투자금이 버텨야 한다. 그게 되면 결국 자본이 빠져나가고 주가가 실제 이익률에 맞는 수준까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시장은 지금 탈출 기회를 엿보는데,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조금씩 수익도 나니 눈치를 보는 게임 같다. 이 눈치 싸움이 수익을 있는 5년, 10년간 이어질 있을까. 적당한 시기에 터져서 가격이 회귀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이건 예측이 아니라 논리다.”
이주완: “향후 10~15년에 걸쳐 나타날 AI 산업의 영향력과 시장성이 지금 주가에 선반영돼 있다. 투자도 10~15년에 걸쳐 결실을 보며 차츰 늘리는 맞지 않나. 미리 당겨서 빚까지 내서 데이터센터 등에 투자했으니 지속 가능하기 쉽지 않다. 다만 붕괴보다는 수요의 빙하기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 시점은 언제로 보나?
최윤식: “시점 예측은 어렵다. 다만 가까워지고 있다는 말할 있다.”
이주완: “진짜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투자한 건지, 아니면 준비 없이 남들 따라 경쟁적으로 투자한 건지 구분되는 시점이 내년부터라고 본다. 과잉 투자된 곳은 데이터센터다. 보통 3년 주기로 움직이는데 2024년부터 올해까지가 사이클이다. 내년부터는 3년 투자분을 회수해야 하는데, 냉정하게 보면 투자비를 온전히 회수할 기업은 곳도 없다. 단, 본업에서 돈으로 계속 투자할 있는 기업이 일부 있긴 하다. 하드웨어 투자 자금과 소프트웨어 데이터를 모두 가진 곳은 현재 구글과 MS뿐이다. 그래서 완전한 붕괴는 아닐 수도 있다.”
붕괴 방아쇠는 곳곳에 깔려 있다
– 생성형 AI 선두주자 오픈AI의 수익성에 의문이 많은 듯하다.
최윤식: “수익 구조를 보자. 챗GPT 유료 구독이 20달러 정도이고, 기업용 서비스는 아직 제한적이며, 광고 수익은 거의 없다. 반면 비용은 GPU 임대료가 수백억 원이고, 직원 급여는 세계 최고 수준이며, 연구개발비는 막대하다. 앞으로도 천문학적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 지금이야 누적 적자를 메우고도 남을 투자금이 있지만, 비슷한 속도로 수익이 따라주지 않으면 얼마나 버틸지 없다. 물론 오픈AI가 무너져도 누군가 싸게 사서 서비스를 이어가겠지만.”
– 엔비디아를 두고도 상반된 의견이 나온다. 특히 순환거래 논란이 있다.
이주완: “맞다. 작년 하반기 이후 엔비디아가 많은 기업에 투자했다. 오픈AI나 앤트로픽 등에 대규모로 돈을 주면서 투자금을 GPU 판매로 회수하는 ‘순환거래’ 논란에 시달렸다. 자기 돈을 쓰면서 억지로 물건을 사게 하는 건데, GPU 수요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보여주는 아닌가 싶다.“
– 거품이 완만하게 해소될지, 아니면 붕괴될지 결정적 요소는 무엇인가?
이주완: “결국 수요다. GPU를 미리 사놓았다면 향후 년간 수요가 줄어드는 공백기가 생길 수밖에 없다. 하드웨어를 팔던 엔비디아 같은 기업에는 충격이 금방 것이다. 이미 매출 증가율이 많이 낮아진 상황에서 데이터센터 사이클과 맞물려 올해가 거의 끝물이라고 보는 타당한 추론이다.”
최윤식: “거품이 길어지고 커지면 촉발제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란 전쟁이 길어지면 그게 촉발제가 수도 있고, 상업용 부동산이 문제가 수도 있다. 얼마 파장을 일으킨 미국 리서치 업체 시트리니 보고서의 경고처럼 AI가 일자리를 무차별적으로 파괴하는 ‘AI 파괴론’이 방아쇠를 당길 수도 있다. 무엇보다 전력 부족은 매우 현실적인 요소다. 아무리 GPU를 많이 사도 전기가 없으면 돌릴 없다. 미국 전력 인프라 부족은 심각한 상황이다.”
알고 조심하는 것과 그냥 투자하는 전혀 다르다
– 거품이 붕괴돼도 AI 기술 자체는 계속 발전하는 아닌가. 붕괴 이후 상황은 어떨까?
이주완: “당연하다. AI 수준은 급속도로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그걸로 돈을 버는 다른 문제다. 거품이 터지고 나면 준비된 상황에서 투자받는 정상적인 플레이어들이 등장해 본격적인 성장 시기를 이끌 있다. 그게 닷컴 버블의 교훈이다.”
최윤식: “닷컴 버블 때보다 회복률은 확실히 빠를 것이다. 당시보다 유동성도 많고, 위기 대처 학습 효과도 갖췄다. 당시 2년 정도 걸렸다면, 이번엔 1년 남짓 아닐까 싶다.”
– 투자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최윤식: “주식을 팔지 말지는 투자자 개개인의 판단이다. 단, 거품이 아니다, 절대 터지지 않는다는 생각은 내려놓으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부터는 조심해야 한다. 알고 대비하는 것과 그냥 안심하고 투자하는 전혀 다르다. 과도한 공포를 조장하는 아니라, 과거 역사 패턴에 따라 확률적으로 말하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