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수출 순위 상승
작년 하반기 수출 실적을 살펴보면, 이탈리아가 놀라운 성과를 거뒀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수출액은 5백41조 원으로 세계 5위를 차지했습니다. 한국은 5백33조 원으로 6위, 일본은 5백32조 원으로 7위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탈리아가 일본을 앞지른 것이 50년 만에 처음이라는 사실입니다. 2024년 하반기와 비교하면 이탈리아와 일본의 순위가 완전히 뒤바뀐 것이죠. 한국 역시 근소한 차이로 일본을 앞섰습니다.
산업 구조의 차이가 만든 결과
왜 이런 변화가 생긴 걸까요? 가장 이유는 각 나라가 주로 수출하는 제품의 차이 때문입니다. 한국과 일본은 자동차 수출이 경제의 핵심입니다. 하지만 미국 트럼프 정부가 수입 자동차에 15%의 세금을 부과하면서 작년 봄부터 수출 증가 속도가 크게 느려졌습니다.
반면 이탈리아의 주요 수출 품목을 보면 상황이 다릅니다:
의류 명품
의약품
파스타와 생햄 같은 식품
와인
가구
이탈리아 수출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3%입니다. 일본의 자동차 수출 비중이 17%인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다르죠.
부유층 소비가 만든 방어막
이탈리아 제품들의 다른 특징이 있습니다. 가격이 올라도 수요가 크게 줄지 않는 고급 상품이 많다는 점입니다. 부유층을 대상으로 명품이나 고급 식품들은 관세가 부과돼도 소비자들이 계속 구매합니다.
실제로 명품 브랜드 프라다의 작년 1월부터 9월까지 매출은 전년보다 9% 증가했습니다. 파스타와 생햄 이탈리아 식품 수출액도 작년 1월부터 11월까지 전년보다 4% 상승했습니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 수출은 견조한 흐름을 유지한 것입니다.
일본의 고민, 엔화 약세도 소용없어
흥미로운 점은 일본 화폐 가치가 떨어졌는데도 순위 하락을 막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보통 자국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 수출품 가격이 싸져서 수출이 늘어나는데, 일본에서는 이런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일본 기업들이 오랫동안 해외에서 생산하는 비중을 늘려왔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아니라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니, 엔화 가치가 떨어져도 수출액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예전만 못한 것입니다.
일본의 작년 수출액은 2011년과 비교해 10% 감소했습니다. 2011년은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엔화 가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시기입니다. 당시 엔화는 달러당 75엔까지 올랐는데, 그때보다도 수출액이 줄었다는 것은 일본 경제가 구조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결국 이번 순위 변동은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각 나라의 산업 구조와 글로벌 무역 환경 변화가 만들어낸 결과라고 있습니다. 밀라노와 코르티나 담페초에서 진행된 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 이탈리아 국기가 높이 게양되는 모습이, 경제 분야에서도 이탈리아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