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 전문기관의 충격적인 부정행위
국내 주요 신용평가회사인 한국평가데이터가 2,500건이 넘는 조작된 기술평가 문서를 만들어낸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금융당국과 수사기관이 본격적인 조치에 나섰습니다.
■ 부정행위의 실체
이 회사는 지식산업센터를 분양받으려는 업체들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쉽도록 기술과 무관한 회사를 IT기업처럼 꾸며 거짓 평가서를 작성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확보한 자료를 보면, 2021년 초부터 2023년 말까지 3년간 은행의 의뢰를 받아 평가한 2,571개 업체에 대해 근거 없는 평가서가 발급됐습니다.
회사 대표의 경력, 임원진 구성, 매출 실적, 보유 장비, 핵심기술, 개발 성과 필수 평가 항목들이 비어있거나 거짓으로 채워졌습니다.
■ 한국평가데이터는 어떤 곳인가
2005년 국책기관과 시중은행들이 함께 만든 기업신용 조사 전문기관입니다. 민간회사 형태지만 사실상 공공기관에 가까운 성격을 지닙니다.
산업은행,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등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으며, 대표와 임원 상당수가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기술신용대출이란
2014년 시작된 제도로, 재정상태가 좋지 않아도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에게 금융 혜택을 주는 방식입니다. 현재 시장 규모는 300조 원을 초과합니다.
업체가 은행에 대출을 신청하면 은행이 평가기관에 의뢰 평가기관이 기술력과 사업성을 심사해 등급 부여 등급에 따라 대출 승인과 한도가 결정되는 구조입니다.
등급은 AAA부터 D까지 10단계로 나뉘며, CCC 이하는 ‘사업 부실 가능성’을 의미해 대출이 어렵습니다. 지식산업센터 분양 대출은 B등급 이상이면 금리와 대출 조건이 크게 유리해집니다.
■ 조직적 지시 정황 포착
금감원 조사에서 회사 차원의 지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평가 담당 직원은 “영업부서가 원하는 등급을 최대한 맞춰주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습니다.
은행으로부터 평가 의뢰를 받아야 수수료 수입이 발생하기 때문에, 영업부서가 대출 가능한 등급을 만들도록 압박했다는 것입니다.
내부 문건에는 기술 없는 업체를 기술회사로 바꾸라는 지시가 담겨 있었고, 본래 업체가 작성해야 서류를 영업부서가 대신 작성해 전달했습니다.
직원이 최소한의 확인을 위해 업체나 은행에 연락하려 하자, 회사는 이메일로 “업체 은행과 연락 금지” 지침을 내렸습니다.
담당 직원은 “기술금융 기준에 맞지 않는 업종을 맞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조작했다”며 “영업 확대를 위해 조직 차원에서 무리한 평가가 진행됐다”고 밝혔습니다.
■ 후속 조치
금융감독원은 이번 사건을 기술신용평가 제도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중대한 위법행위로 보고 제재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도 지난해 말부터 한국평가데이터 관계자들을 신용정보법 위반 혐의로 수사하고 있습니다. 수사 결과에 따라 전·현직 임직원의 형사 책임이 결정되며, 다른 신용평가기관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