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21 전투기의 미사일 발사 장면
국산 차세대 전투기 KF-21이 중거리 공대공 시험탄을 쏘아 올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프로젝트는 2028년까지 8조1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진행 중인 대규모 연구개발 사업이다.
방위사업청 20년, K-방산의 변화
2006년 1월 1일, 방위사업법 시행과 동시에 방위사업청이 문을 열었다. 법은 번째와 번째 조항에서 ‘투명성’ ‘전문성’ ‘효율성’ ‘방산 경쟁력 강화’를 핵심 가치로 삼아 자주국방 체제를 세우고 국가 경제 발전의 원동력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기존의 ‘방위산업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담겨 있던 폐쇄적 구조와 방위산업을 단순한 종속 수단으로 보던 낡은 시각을 버리겠다는 선언이었다. 과거 법은 방위산업을 전력 증강의 도구로만 여겨 지정·보호·통제 규칙만 담았을 뿐, 사업 관리 절차나 전문적인 획득 시스템에 관한 내용이 없었다. 예산이 들어가는 방위사업에서 권한은 집중되지만 책임은 불분명한 폐쇄적 의사결정 구조가 가능했던 것이다.
반면 방위사업법은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군, 국방과학연구소 8개 기관에 흩어져 있던 사업 관리 기능을 방위사업청으로 한데 모았고, 방위산업의 특수성은 인정하되 경제 성장의 동력을 키우는 독립적인 산업으로서의 역할을 명시했다. 또한 사업 관리 절차와 의사결정의 권한·책임을 법으로 규정해 폐쇄적 의사결정 구조를 깨고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도록 만들었다.
방산을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방위사업청 출범과 함께 도입된 대표적인 혁신 제도로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옴부즈맨 제도’ ‘획득 전문형 장교 제도’ ‘문민화’ ‘통합사업관리팀 제도’ ‘전문화 계열화 제도 폐지’ ‘국방 연구개발 체계 개편’ 등이 있다.
국방부 장관이 위원장인 방추위는 주요 방산 정책과 사업 추진 방향을 심의하는 기구다. 견제와 균형 원칙이 작동하도록 재정경제부, 산업통상부, 국회 추천 인사 등의 참여를 제도화했다. 다만 방추위는 의결 기구가 아니며, 심의 결과는 방위사업청장이 문서로 최종 결재함으로써 확정되도록 했다.
방추위 심의 방사청장 최종 결재로 이어지는 의사결정 체계는 권력형 비리와 집단 의사결정의 오류를 막는 최후 보루 역할을 방위사업청장에게 부여한 것이다. 실제 운영 과정에서는 국방 장관이 주재하는 방추위 심의 결과가 최종 의사결정으로 여겨졌다. 방추위 직후 즉시 언론에 브리핑하고, 방사청 주요 직위자가 직접 질의응답에 참여함으로써 방추위의 권위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권력형 비리를 막는 장치들
옴부즈맨 제도는 정부 기관 최초로 방위사업법에 명문화해 도입했다. 옴부즈맨은 방사청 외부의 독립적인 인사로, 방위사업 관련 업체나 이해관계자의 불만, 고충, 비리 의혹 등을 접수·조사하고 적절한 조치를 권고할 있다.
획득전문형 장교 제도는 방위사업을 담당하는 장교를 전문형으로 지정해 방사청에 오랜 기간 전속 근무하도록 하는 제도다. 우리 군은 장교들의 전문성을 위해 병과제도를 운영하며, 2~3년마다 보직을 바꾸는 순환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병과제도와 순환근무제가 결합하면 방위사업과 같은 병과 분야의 전문성 축적이 어려워지고, 군별 병과별 폐쇄성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방산 전문성을 갖춘 획득전문형 장교 제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사청에 전속돼 방사청 안에서만 순환근무하는 획득전문형 장교 제도를 도입했다. 방사청에 오래 근무하면서 방산 정책·사업 관리·계약 관리 무기체계 획득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쌓고, 폐쇄적인 문화를 없애기 위해 고안된 장교 인사 관리 제도다.
군의 폐쇄적 문화를 깨자
방위사업의 ‘문민화’는 획득전문형 장교 제도와 함께 방위사업의 전문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핵심 장치다. 방사청 인력 구성에서 현역 군인과 공무원 비율을 5대5로 하고, 주요 직위도 균등하게 배분하는 것이다. 기존 국방부 획득실은 현역 군인과 공무원 비율이 7대3 수준이었고, 주요 직위의 90%는 현역 장교, 특히 육군 중심으로 구성됐다.
현역 장교 중심 조직은 위계질서와 상명하복 문화가 뚜렷해 전투 현장 지휘·통제에는 적합할 있다. 그러나 다양한 시각과 전문성이 필요한 방위사업 분야에서는 구조적인 한계를 드러냈다.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고위직이 연루된 방산 비리가 발생하면서 상명하복 문화 대신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그룹의 육성과 투입이 불가피했다. 그래서 방사청 출범과 함께 선택한 것이 현역 군인과 공무원의 균등 구성과 배치, 문민화였다.
흩어진 업무 통합, 수출 증대 효과
통합사업관리팀 제도는 방위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기존 중심의 기능 분산형 사업 관리 체계를 사업 중심·통합 책임형 체계로 전환했다. 사업 계획 수립→예산 편성→사업 추진→시험 평가 야전 배치 등을 통합사업관리팀이 책임지고 성능, 비용, 일정 사업 측면을 관리하도록 제도화했다.
다만 방사청 출범 직후에는 통합해 사업을 관리할 있는 전문 인력과 인프라가 부족했다. 특히 방산 원가 측정과 계약 업무는 수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성이 요구됐다. 진정한 의미의 통합사업관리팀은 2019년 사업 관리 기능과 계약 관리 기능을 통합한 방사청 조직 개편을 통해 이뤄졌다.
흩어졌던 업무를 방사청으로 일원화하자 통합 효과는 단기간에 나타났다. 토론과 정보 교류가 일상화됐고,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졌다. 이는 업무 효율성 증대로 이어졌다. 연평균 2억5000만 달러 수준이었던 방산 수출이 2년 만인 2008년 10억 달러를 넘어섰다.
독점에서 경쟁 체제로
전문화·계열화 제도는 방산 육성 초기인 1980년대 방산 물자·업체 지정 제도와 함께 국내 방산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기업별로 특정 물자를 자체 연구 개발하는 능력을 단기간에 축적하고 성장시키기 위한 제도였다.
1970년 국방과학연구소 창설과 함께 시작된 국내 방위산업은 기술 개발을 전적으로 ADD에 의존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이 되자 국내 방산 기업의 기술·생산 능력은 독자적으로 공급 가능한 수준으로 성장했다. 세계적으로 성장한 국내 민간 기업이 방산 기술을 선도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2000년대에도 방산 분야는 전문화·계열화 제도가 보장하는 독점적 지위에만 의존하는 행태가 이어졌고, 문제도 드러났다. 방산 기업들은 독과점적 지위를 누린 경쟁보다는 정부 투자 확대만을 기다리는 모습이 나타났다. 결국 2004년 획득체계개선단은 방산 육성 정책의 원칍을 ‘독점’에서 ‘경쟁’으로 바꾸는 근본적인 변화를 결정했다.
특혜 잃은 방산 기업 반발
전문화·계열화 폐지 방침이 정해지자 독점적 지위를 잃게 방산 기업들의 반발은 예상보다 거셌다. 방사청 출범에 앞서 2004년 획득체계개선단은 제도 폐지를 결정하고, 완전 경쟁에 앞서 제한적 경쟁을 도입하는 단계적 전환을 추진했다.
2006년 방위사업청 출범과 함께 제도 폐지는 확정됐고, 2년 유예를 거쳐 2008년 폐지하도록 했다. 그러나 기존 독점 업체 기업이 반발해 감사원에 문제를 제기했다. 감사는 2년 가까이 이어졌고, 감사 결과는 ‘결탁이나 비리가 없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유예기간 추가 지정은 법률 위반’이라며 중징계를 통보했다.
그러나 법제처는 방위사업법의 취지를 합목적적으로 해석해 ‘추가 지정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재심 끝에 감사원은 완전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개혁은 방향이 옳고 법제화만 되면 현장에서 곧바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개혁 현장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공감을 얻는 활동과 시간이 필요하고, 조직의 지휘부가 현장 직원들과 함께해야 한다는 교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