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의 파격 제안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정부에 충격적인 제안을 내놨습니다. 스타트업 기업의 기술 인력에 한해 주52시간 근무제 적용을 예외로 하자는 내용입니다.
이 자문기구는 대통령이 직접 의장을 맡는 핵심 과학기술 정책 기관입니다. 지난 3일 열린 15차 회의에서 ‘과학기술 스타트업의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자’는 방안을 서면으로 통과시켰습니다.
핵심 내용은 무엇인가
창업한 5년 이내의 초기 기업이나 국가가 지정한 중요 기술 분야 회사의 기술직 직원들에게는 주52시간 근무 규제를 적용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주 단위가 아니라 분기나 반기 단위로 근무 시간을 계산하고, 프로젝트 특성에 맞춰 노동자가 동의하면 유연하게 일할 있도록 하자는 제안입니다. 업무에 집중할 권리를 보장하고 혁신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반도체 논란 재점화 우려
사실 이슈는 이미 차례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반도체 업계가 고연봉 연구직에 대해 ‘화이트칼라 특례’를 적용해달라고 요구했고, 이것이 반도체특별법 논의 과정에서 쟁점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국회에서 해당 조항을 빼고 반도체특별법이 통과되면서 논란이 일단락됐습니다. 그로부터 달도 지나지 않아 과기자문회의가 다시 불을 지핀 셈입니다.
삼성전자 출신 고문이 주도했다?
이번 제안은 작년 초부터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당시 반도체특별법에 연구개발 인력 주52시간 예외 적용 내용이 포함될지 말지가 뜨거운 쟁점이었습니다.
작년 임명되어야 신임 자문위원들이 계엄 사태로 인해 올해 2월에야 임명됐고, 3월에 구성된 ‘과학기술혁신소위원회’ 위원 3명이 안건을 이끌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인물은 경계현 삼성전자 고문입니다. 그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사장 출신으로, 평소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최고가 되려는 사람들에게 일주일에 52시간만 공부하고 연구하라고 시간 제한을 있느냐”며 근로시간 유연화 필요성을 주장해왔습니다.
일부에서는 그가 이번 제안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옵니다. 하지만 소위원회에 참여한 다른 위원들은 “한 사람의 의견이 아니라 여러 사례를 검토해 내놓은 제안”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정부는 난감, 자문회의는 뒷짐
과기자문회의의 자문안은 법적 강제력은 없습니다. 하지만 정부 부처는 내용을 검토하고 정책에 반영할지 논의해야 합니다.
스타트업 정책을 담당하는 중소벤처기업부는 곤란한 입장입니다. 관계자는 “예전부터 업계에서 계속 요구해온 사항이 자문안에 담긴 것으로 안다”면서도 “노동자에게 불리할 있어 고용노동부와 협의 중이지만, 정부로서는 기존의 특별연장근로 같은 제도를 활용하는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자문회의의 태도입니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의결해 논란을 만들어놓고는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제안을 주도한 위원들은 1년 임기가 끝나 교체될 예정이고, 다른 위원들은 “지난 정권 다뤄진 의제”라며 선을 긋고 있습니다.
5개월간의 공백 끝에 임명된 이경수 신임 부의장도 “해당 안건은 이전 위원들이 논의한 것이라 자세히 모른다”며 답변을 피했습니다.
반면 당시 소위원회 위원장이었던 박현욱 카이스트 교수는 “실무를 담당하는 정부 부처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문위원회는 경계 없이 자유롭게 제안하려고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