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휴민트’는 류승완 감독과 박정민의 오랜 인연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류승완 감독의 새로운 도전
류 감독은 ‘밀수’를 완성한 아쉬움이 있었다. 김혜수와 염정아가 중심이었던 작품에서 조인성, 박정민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았다. 감독은 배우의 매력을 드러내고 싶었다. 과거 작성해둔 자료를 찾아보다 남성 주인공 명이 등장하는 시놉시스를 발견했고, 이를 각색해 새로운 영화를 준비했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지난달 개봉해 188만 관객을 동원한 ‘휴민트’다.
특별한 인연
박정민은 감독과 특별한 관계를 맺어왔다. 감독이 아내 강혜정 대표와 운영하는 영화사 외유내강 제작 영화 5편에 참여했다. ‘사바하’, ‘시동’, ‘밀수’,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 ‘휴민트’가 그것이다. “류 감독 부부의 아들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두 사람의 인연은 44분 분량의 ‘유령'(2014)에서 시작됐다. 전주국제영화제 옴니버스 영화의 편이었다. 박정민에게 작품은 유명 감독 영화의 주연이라는 의미가 컸다. 출연 제의를 받고 사무실을 방문했을 그는 “기쁩니다, 영광입니다. 제가 진짜 배우가 같다”고 말했다.
고민에 빠진 젊은 배우
‘파수꾼’으로 정식 데뷔한 그는 독립영화 주연과 상업영화 조연을 오가며 경력을 쌓았다. ‘댄싱퀸’의 배달원 뽀글이, ‘전설의 주먹’의 젊은 임덕규 역할로 주목받았지만, 이름을 확실히 알리기엔 출연 시간이 부족했다.
‘유령’ 이후 ‘태양을 쏴라’, ‘오피스’에 출연했으나 흥행은 저조했고 역할도 조연이었다.
박정민은 서서히 무기력감에 빠졌다. 데뷔 4년이 지났지만 기회는 오지 않았다. ‘배우로서 매력이 없나 보다’, ‘이미 실패한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운명을 바꾼 전화
몇 달간 고민한 끝에 그는 연기를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영국 어학연수를 알아보고 전세금을 빼서 떠날 준비를 했다.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지만 “더 늦기 전에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때 소속사에서 연락이 왔다. 이준익 감독이 ‘동주’ 출연 건으로 만나자고 했다. 박정민은 귀를 의심했다. 거짓말이거나 시험이라고 생각했다. 감독 사무실을 찾아갔을 그는 안절부절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