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다카이치 총리가 소비세 인하 논의를 위한 당파를 초월한 협의체를 강제로 출범시켰습니다. 하지만 야당들이 대거 불참하면서 애초 목표였던 ‘모든 정당이 함께하는 협의체’라는 명분이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야당 없는 협의체, 출범부터 삐걱
지난 26일 다카이치 총리는 ‘사회보장 국민회의’라는 이름으로 회의를 열었습니다. 원래 협의체는 이전 총리였던 이시바가 여야 구분 없이 사회보장 제도 개선 방안을 폭넓게 이야기하자며 제안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다카이치 총리는 여기에 자신의 선거 공약이었던 일정 기간 소비세 인하 방안까지 논의 주제로 추가했습니다.
회의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물가 상황이나 감염병 유행 정도에 따라 소비세율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자고 주장했습니다. 긴급하게 세율을 바꿀 생기는 시스템상 문제점들도 함께 살펴보자고 언급했습니다.
제1당과 제2당 야당 모두 불참 결정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제1야당인 중도개혁연합과 제2야당인 국민민주당이 모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집권당인 자민당과 연립 파트너인 일본유신회, 그리고 최근 총선에서 처음 의석을 확보한 제4야당 팀미라이만 참석했습니다. 흥미롭게도 팀미라이는 소비세 인하를 반대하는 정당입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팀미라이가 참여해서 겨우 여러 정당이 함께한다는 형식은 갖췄지만, 야당이 곳만 참여한 것은 예상 밖”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애초 목표였던 초당파 협의체라는 이름이 무색해진 것입니다.
“술자리 부르는 것도 아닌데” 야당 불만 폭발
제1야당과 제2야당이 참여를 거부한 이유는 회의 성격이 변질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처음 야당은 지속 가능한 사회보장 제도를 만들자는 취지에 공감하며 참여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런데 다카이치 총리가 당분간은 소비세 인하와 저소득층 지원을 위한 급부형 세액공제를 중심으로 논의하겠다고 하자 태도를 바꿨습니다.
급부형 세액공제란 소득이 낮은 계층의 세금과 보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세금 감면과 현금 지원을 함께 제공하는 제도입니다. 마이니치신문은 “중의원에서 압도적인 의석을 확보한 다카이치 총리가 이미 결론을 정해놓고 협의하는 것처럼 보이자 야당들 사이에서 의심이 커졌다”고 분석했습니다.
국민민주당의 후루카와 대표 대행은 “이건 술자리에 초대하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며 강한 불쾌감을 표현했습니다. 야당의 의견은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끌고 가려 한다는 불만이 쏟아진 것입니다.
“회의 빨리 열어라” 총리의 독촉
다카이치 총리가 야당의 반발에도 협의체 출범을 서두른 배경에는 성과에 대한 조급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그는 이달 소비세 감면 정책에 대해 올해 6월까지 중간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공언한 있습니다. 초당파 협의체에서 논의한다고 해놓고는 야당과의 사전 조율은 건너뛴 일정표부터 먼저 발표한 것입니다.
국민회의 준비 과정에 참여했던 자민당 의원은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총리로부터 회의를 빨리 열라는 독촉을 여러 받았다”고 털어놨습니다. 총리 관저의 고위 관계자도 “5월쯤에는 틀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9월 총재 연임 의식한 행보?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자민당 총재 연임을 염두에 두고 서두르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일본에서는 보통 중의원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가 총리가 되는데, 다카이치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는 올해 9월에 끝납니다.
요미우리신문은 “재선을 위한 성과를 만들어내려고 서두르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연임을 위해서는 국민들에게 보여줄 만한 구체적인 업적이 필요한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위기감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가에 따라 세율 조정한다는 주장도
다카이치 총리는 회의에서 물가 변동 상황에 맞춰 소비세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 포함시켰습니다. 물가가 크게 오르거나 감염병이 다시 유행할 경우 신속하게 세율을 바꿀 있도록 시스템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야당들의 협조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될 경우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제1야당과 제2야당이 빠진 상태에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결국 다카이치 총리는 자신의 공약을 밀어붙이기 위해 협의체를 출범시켰지만, 정작 협의해야 주요 야당들이 모두 불참하면서 애초 취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협의체가 실질적인 논의의 장이 있을지, 아니면 여당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 기구로 전락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