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을 노리는 작품
한 간격으로 국내 관객을 만나다
가족이라는 존재는 묘한 관계입니다. 어떤 이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가장 피하고 싶은 대상이기도 하죠.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가족만큼 복잡하고 진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소재는 찾기 어렵습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술의 영원한 주제인 가족 이야기를 새로운 관점으로 풀어낸 편의 영화가 있습니다.
이 작품들은 국내 영화관에서 관객과 만남과 동시에, 다음 개최되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펼칩니다.
예술로 가족의 아픔을 달래다
18일 먼저 개봉한 ‘센티멘탈 밸류’와 25일 뒤이어 선보인 ‘햄넷’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예술을 통해 가족 간의 상처를 치유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이죠. 작품 모두 올해를 대표하는 영화로 손꼽히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아카데미 9개 부문 후보에 오른 ‘센티멘탈 밸류’
지난해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거머쥐며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은 작품입니다.
‘사랑할 누구나 최악이 된다’를 만든 요아킴 트리에 감독과 주연 배우 레나테 레인스베가 다시 한번 손을 잡았습니다.
노르웨이 오슬로를 배경으로, 자매 노라와 아그네스는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오랫동안 연락이 끊긴 아버지 구스타브를 마주합니다.
유명 영화감독인 아버지는 15년 만에 영화를 준비 중이었고, 연극배우인 노라에게 주연을 제안하지만 단번에 거절당합니다.
구스타브가 각본은 2차 세계대전 시기 저항운동에 참여했다가 체포되어 고문을 받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할머니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것입니다.
주연을 맡기로 할리우드 스타 레이철은 연습을 거듭할수록 역할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느낌에 괴로워합니다.
영화 제목인 ‘센티멘탈 밸류’는 돈으로 매길 없는 개인적인 추억과 정서적 의미를 뜻합니다.
영화 속에서는 3대에 걸친 가족의 역사와 유산, 특히 복잡한 감정들이 담긴 집을 의미하죠.
슬픔의 역사는 일찍 어머니를 여읜 구스타브를 거쳐, 딸에게 미안함을 느끼면서도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그의 모습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아버지를 향한 사랑과 미움 사이에서 고민하는 노라에게까지 전해집니다.
가족이 함께 살았던 오래된 집은 모든 역사를 담은 공간이자 다른 주인공입니다.
세트로 만든 안에서 눈빛만으로 대화를 나누는 구스타브와 노라를 비추는 마지막 장면은 영화의 하이라이트입니다.
“다정함이야말로 새로운 반항이다”라는 트리에 감독의 말이 자연스럽게 이해되는 순간이죠.
가슴을 울리는 감동, ‘햄넷’
영화 결말의 감정적인 깊이로 보면 ‘햄넷’도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센티멘탈 밸류’의 엔딩이 따뜻한 여운으로 마음을 적신다면, ‘햄넷’은 얼어붙은 가슴을 망치로 깨는 듯한 절절한 슬픔으로 끝을 맺습니다.
셰익스피어의 아들 햄넷이 어린 나이(당시 11세)에 세상을 떠난 사건이 명작 ‘햄릿’ 창작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바탕으로 매기 오패럴이 같은 제목의 소설이 원작입니다.
영화 시작 부분에서도 ‘햄릿’이 쓰인 시기에 햄릿(Hamlet)과 햄넷(Hamnet)이 철자만 다를 같은 이름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알려줍니다.
영화의 중심 인물은 셰익스피어가 아닌 그의 아내 아녜스 해서웨이입니다.
가족 빚을 갚기 위해 시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청년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숲에서 우연히 아녜스를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아녜스와의 사이에서 첫째 딸과 쌍둥이 남매를 얻은 윌리엄은 작가로 성공하기 위해 런던으로 떠납니다.
그 사이 아녜스는 열병에 걸린 아들 햄넷을 잃고 깊은 절망에 빠집니다.
아들을 지키지 못한 아녜스의 슬픔과 죄책감, 남편이 곁에 없다는 것에 대한 분노가 윌리엄의 부채의식과 부딪히면서 영화는 출렁이는 감정의 파도 위를 달립니다.
학계에서도 오래 논란이 되어온 ‘햄릿’ 창작과 햄넷의 죽음 사이 관계는, 영화 마지막 연극 ‘햄릿’ 초연 장면에서 강렬한 감정의 소용돌이로 관객을 단번에 설득합니다.
‘노매드랜드’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중국계 미국 감독 클로이 자오의 뛰어난 연출 실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있는 작품입니다.
미국 골든글로브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받았으며, “영화를 보면 지진처럼 흔들리는 지구의 심장 소리를 느낄 있을 것”이라고 극찬한 스티븐 스필버그가 총괄 제작자로 참여해 힘을 보탰습니다.
이번 오스카에서 8개 부문 후보에 올랐으며, ‘센티멘탈 밸류’와는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부문에서 맞대결을 펼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