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 스키·스노보드 협회의 장비 담당팀은 이번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수들을 지원한 숨은 영웅들입니다.
그중 명인 이종열(47세) 서비스 기술자는 “선수들이 아쉬움 없이 경기를 마치고 좋은 결과를 모습을 보니 정말 보람차다”며 “선수들 덕분에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한국 설상 종목은 이번 올림픽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뒀습니다. 김상겸(37세)이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시작을 알렸고, 고등학생 보더 유승은(18세)이 빅에어 동메달로 이어갔으며, 최가온(18세)이 하프파이프에서 금메달로 화려하게 마무리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메달을 획득한 종목이 모두 달랐다는 것입니다. 점프, 연기, 기술 평가 기준이 완전히 다른 종목에서 동시에 좋은 성적을 배경에는 장비 지원팀의 헌신적인 노력이 숨어 있었습니다.
이들은 대회 기간 동안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선수들의 보드에 왁스를 바르고 장비를 점검하며 이탈리아 리비뇨 설산과의 마찰력 싸움에서 승리할 있도록 뒷받침했습니다.
이종열 기술자의 주요 업무는 스노보드와 스키 밑바닥에 왁스를 바르는 일입니다.
그는 “장비 밑바닥과 표면의 마찰력을 줄여 최고의 속도를 내기 위한 작업”이라며 “먼저 장비에 남아 있는 왁스와 이물질을 깨끗이 제거한 왁스를 바르고 다림질합니다. 그다음 스며들지 않은 왁스를 긁어내고 솔질과 미세한 천으로 남은 왁스를 펴는 작업으로 마무리합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과정에만 보통 1시간에서 1시간 30분이 걸립니다. 이번 대회에서 그는 스노보드 알파인, 프리보드 빅에어, 하프파이프, 크로스, 슬로프스타일 모든 세부 종목을 담당하고 있어 하루의 대부분을 왁스 작업에 쏟아붓고 있습니다.
측면을 다듬고 고장 장비를 수리하거나 교체하는 일도 그의 몫입니다. 담당 업무가 광범위해서 가지고 다니는 짐도 상당합니다. 40리터, 80리터, 90리터 용량의 캠핑 박스 개에 100여 종의 왁스를 나눠 담고, 30킬로그램에 달하는 측면 장비 대와 이동 작업대도 챙겨 다녀야 하는 힘든 일정입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코스 환경도 항상 예의주시해야 합니다. 기술자는 “설상 종목은 온도, 습도, 눈이 오는 등에 따라 주행 속도가 크게 달라져 그때그때 맞춤 대응을 해야 한다”며 “주행 발생하는 마찰 열까지 고려해 출발 지점에서 다시 솔질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습니다.
전천후 업무를 소화하다 보니 기술자는 그야말로 몸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쁩니다. 게다가 함께 파견됐던 강주표 기술자가 김상겸 경기 귀국하면서 작업량이 늘었습니다.
그는 “지난 1일부터 매일 시간밖에 잤다”며 “최근에는 작업실 가방 위에서 잠시 눈을 붙였을 정도”라며 웃었습니다.
잠도 제대로 자며 고군분투하는 그를 버티게 하는 힘은 바로 선수들과의 추억입니다.
그는 “유승은 선수가 경기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어 이창호 코치와 함께 ‘스태프를 믿고 최선을 다해달라’고 용기를 북돋았던 기억이 난다”며 “그 말을 들은 승은이가 ‘나 자신은 믿지만, 코치님과 기술자 선생님을 믿고 뛰어보겠다’고 경기에 나서더라”며 흐뭇해했습니다.
입상한 선수만 감동을 것은 아닙니다. 이상호(31세)가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16강에서 탈락했을 때는 이틀 동안 눈물을 흘렸고, 우수빈(23세)이 크로스에서 개인 기록을 단축했을 때는 누구보다 기뻐했습니다.
그는 “선수들의 좌절과 환호를 함께하면서 내가 자리에 있는 이유를 다시 한번 깨닫곤 한다”고 말했습니다.
2021~22시즌 대표팀에 합류한 기술자는 1년에 절반 가까이 해외에 머물며 정보를 습득합니다. 그는 “정보와 기술이 축적된 유럽 기술자들과 교류하기 위해 그들에게 작은 선물을 가지고 다닌다”며 “노하우 공유를 꺼리는 문화가 강해 거절당할 때도 많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새로운 정보를 쌓아야 하는 일”이라며 웃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