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무대 위, 홀로 16명을 연기하는 배우
국립정동극장에서 지금 공연되고 있는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는 특별합니다. 무대 위에 명의 배우만 서지만, 배우를 통해 무려 16명의 사람들이 살아 숨쉬거든요.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19살 청년 시몽이 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집니다. 그리고 그의 심장이 51살 여성 끌레르의 몸으로 옮겨지기까지, 24시간 동안 벌어지는 일들을 그립니다.
배우 김지현이 선택한 특별한 방법
2022년부터 작품에 참여한 배우 김지현(44세)은 조금 다른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보통 1인극이라고 하면 배우가 여러 인물을 연기하며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기 마련이죠. 하지만 김지현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각 인물의 차이를 강하게 드러내기보다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하는 집중했습니다. 감정을 크게 표현하기보다는 사람들이 겪어온 시간을 차분하게 들려주는 쪽을 택한 거죠.
드라마에서는 똑똑한 전문직 여성(‘서초동’, ‘사랑한다고 말해줘’)부터 엉뚱한 새엄마(‘백번의 추억’)까지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온 그녀지만, 무대에서는 조용히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이 되고자 했습니다.
“배우의 능력을 보여주려고 애쓰기보다, 이야기가 관객에게 전달되기를 바랐어요.”
삶과 죽음이 만나는 순간
프랑스 작가 마일리스 케랑갈의 소설을 원작으로 작품은 2015년 프랑스에서 처음 공연됐고, 우리나라에는 2019년 소개됐습니다.
한 사람의 심장이 멈추고, 다른 사람의 몸에서 다시 뛰기 시작하는 과정. 속에는 의사, 간호사, 장기이식 담당자, 그리고 가족들이 있습니다.
김지현은 이들을 무겁고 비극적으로 그리지 않았습니다. 대신 각자의 자리에서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내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인공지능 시대, 무대만이 답이다
요즘은 인공지능이 배우의 얼굴과 목소리까지 흉내낼 있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김지현은 오히려 “결국 남을 곳은 무대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조금만 실수해도 모든 무너질 있는 라이브 공연. 긴장감과 생생함은 디지털로 절대 대신할 없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일정표 한가운데에는 언제나 공연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소속사와 계약할 때도 “저는 공연을 계속해야 하는 사람입니다”라는 조건을 가장 먼저 내걸었다고 하네요.
지난 1년 동안 20편이 넘는 공연을 관람한 ‘공연 덕후’이기도 그녀는, 드라마 촬영으로 바쁜 와중에도 무대를 놓지 않습니다.
“배우로서 열심히 준비한 관객 앞에서 온전히 보여주고, 순간을 함께 누릴 있다는 정말 좋아요. 관객으로 앉아 있을 때도, 어둠 속에서 펼쳐질 이야기를 기다리는 설렘이 너무 좋고요.”
늘 같은 연기가 과연 정답일까?
김지현은 스스로를 “항상 일정한 수준의 연기를 하려고 노력하는 배우”라고 평가합니다. 매일 약속한 대로 연기하고, 즉흥 연기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하지만 요즘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늘 똑같이 연기하는 과연 맞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거든요.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를 하면서 그녀는 이전보다 자유롭게 표현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말합니다.
뮤지컬 무대의 꿈
요즘 김지현은 2년째 일주일에 번씩 노래 레슨을 받고 있습니다. 뮤지컬 무대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고 싶어서입니다.
“조금 부족한 노래 실력도 키워서, 사랑하는 뮤지컬을 스트레스 없이 마음껏 하고 싶어요. ‘물랑루즈!’ 같은 화려한 뮤지컬에도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도전해야 발전도 있을 테니까요.”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는 김신록, 김지현, 손상규, 윤나무 명의 배우가 번갈아가며 출연하는 1인극으로, 오는 3월 8일까지 계속됩니다.